1. 보물찾기: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괴리
퇴사 후 ‘나’를 찾는 과정은 어찌 보면 보물찾기 같다. 나를 밑바닥부터 건져 올리는 과정 같기도 하고, 나에게 씌워진 여러 허물을 벗겨내는 과정 같기도 하다.
먼저 보물찾기를 시작해 본다.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지?’ 가만히 되짚어보니 이것저것 참 많이도 했다. 그때는 반응도 좋았고 결과도 훌륭했다. 소위 ‘라떼’는 말이다. 주변의 칭찬도 자자했다. 군대 시절 예쁨받던 기억부터 직장에서의 성공 사례까지, 하나씩 적어 나열해보니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그렇게 대단했다면서 왜 회사에서는 그리 힘들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건 내가 경영하는 내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내 일을 그렇게 하면 되겠네!’ 싶다가도, 이내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당장 일할 사무실도, 매출 실적도, 거래처도 없다.
이런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차하며 머릿속이 풀가동된다. 밥을 먹다가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갑자기 침울해지고, 술 한 잔에 다시 힘을 내보지만 결국 제자리다. 가족들이 잠든 텅 빈 거실에 홀로 앉아 있을 때면, 철저히 혼자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2. 건져 올리기: 잠재력이라는 이름의 허상
과거의 보물들을 하나씩 닦고 조이며 들여다보지만, 결국 그것들이 현재의 나를 지탱해주지 못하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빈 껍데기임을 알게 된 후, 질문을 바꾼다. ‘나에게 타고난 천성이나 포텐셜이 있을까?’
실제로 해낸 결과물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낸 나의 근본적인 잠재력을 찾아본다. 프로젝트 수행 능력, 관리 능력, 팀원 간의 중재 능력, 혹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골라 동료들을 설득하던 능력들 말이다. 어쩌면 모진 세상 속에서 군말 없이 하루하루 버텨온 참을성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초능력 같은 공감 능력이나 예지 능력이 있지는 않을까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숟가락을 노려보며 구부러지길 기대하듯, 일어나지도 않을 혹은 있지도 않은 능력을 억지로 끄집어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 허물 벗기: 비로소 마주한 ‘자기 객관화’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라고 부르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하나씩 허물을 벗어 던진다.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묵은 껍질들을 하나하나 벗겨낸다. 더 이상 벗을 것이 없을 때까지 계속한다.
그 끝에서 비로소 ‘생날것의 나’와 대면한다. 사실 이 정도까지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여기까지 오는 데 25년 정도가 걸렸다.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고 자기 객관화를 시작했으니, 참으로 오래 걸린 나만의 철학 수업인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를 바로 볼 준비가 되었다.

퇴사 후 직접 적었던 끄적끄적
*** 보물찾기
내가 뭘 하던 사람이었지?
가만있자, 내가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었지.
그러고 보니 그때 꽤 반응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어.
‘나 때는 말이야’라며 이렇게 저렇게 칭찬도 받았었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군대에서는 또 얼마나 예쁨을 받았는데. ㅎㅎ
하나씩 적어서 나열해 보니 정말 내가 굉장한 사람이었어.
근데 왜 회사에서는 그렇게 일을 못 했을까?
그땐 내가 경영하는 게 아니었고, 내 회사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이제 (내 방식대로) 그렇게 하면 되겠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일할 사무실도, 매출 실적도, 거래처도 없잖아.
결국 못 하겠네?
이런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온다.
머리가 풀가동된다.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한다.
그러다 갑자기 침울해지고, 술 한잔 마시고 다시 ‘으샤’ 하며 힘을 내본다.
결국 제자리다.
텅 빈 거실,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나 혼자 앉아 있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다.
*** 건져올리기
보물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닦고 조여 보지만,
결국 남는 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결국 빈 껍데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내가 타고난 능력이나 잠재력 같은 게 있을까?
아니면, 실제로 내가 해낸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을 잉태했던 나의 잠재 능력 같은 게 있을까?
프로젝트 수행 능력?
관리하는 능력?
팀원과의 미팅에서 중재하는 능력과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골라 팀원 한 명 한 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
모진 세상 속에서 군말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참을성?
혹시 아무도 모르는 초능력 같은 공감 능력이라던가,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지 능력이 있지는 않을까?
숟가락을 노려본다. ‘
구부러져라.’
일어나지도 않을, 혹은 있지도 않은 능력을 마구 꺼내 본다.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 내게 씌워진 허물 벗기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가.
내가 나라고 부르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난 무엇인가?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다.
내세울 게 없다.
하나씩, 하나씩 벗는다.
그것도 아내와 이야기하며 벗는다.
더 벗을 게 없을 때까지 벗는다.
이제야 진짜 나와 대면하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근 25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자기 객관화의 시작은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고 나서부터였으니,
정말 오래 걸리는 자기 철학인 것 같다.